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애프터눈 티의 역사부터 3단 트레이 먹는 법, 에티켓, 최신 트렌드

by 비타민 선생님 2025. 8. 15.

애프터눈 티의 역사부터 3단 트레이 먹는 법, 에티켓, 최신 트렌드

작년에 홍콩 여행을 준비하며 가장 기대했던 것 중 하나가 바로 영화에서만 보던 '애프터눈 티'였습니다. 하지만 막상 페닌슐라 호텔의 화려한 로비를 지나치는 순간, 저는 왠지 모를 위압감에 발걸음을 돌리고 말았습니다. '저 3단 트레이는 뭐부터 먹어야 하는 거지?', '포크는 어느 손으로 잡아야 하나?', '혹시 나만 복장이 이상하면 어떡하지?' 온갖 걱정이 밀려오면서 혹시 실수해서 망신이라도 당할까 봐 그 기대했던 순간을 스스로 걷어차 버렸습니다. 아마 저와 같은 경험을 하셨거나, 비슷한 두려움 때문에 애프터눈 티를 '나와는 상관없는 남의 문화'라고 여기는 분들이 많을 겁니다. 이 글은 바로 그런 분들을 위해 준비했습니다. 애프터눈 티의 즐거움을 온전히 누릴 수 있도록 간단한 애프터눈 티의 역사부터 3단 트레이 먹는 법, 에티켓, 최신 트렌드까지 모두 알려드릴 테니 이제 더는 저처럼 도망치지 마세요.

 

애프터눈 티의 역사: '배고픔'에서 시작된 소박한 위로

화려한 3단 트레이의 이미지와 달리 애프터눈 티의 역사는 지극히 소박하고 인간적인 '배고픔'에서 비롯되었습니다. 19세기 중반 영국, 당시 귀족들의 저녁 식사 시간은 밤 8시가 넘어서야 시작되는 것이 일반적이었습니다. 점심과 저녁 사이의 긴 공복감을 견디기 힘들었던 베드포드 공작부인 '안나 마리아'는 오후 4시쯤 하인에게 차와 함께 빵, 케이크, 버터 등을 자신의 방으로 가져오게 했습니다. 나른한 오후, 허기를 달래주던 이 작은 습관은 곧 친구들을 자신의 방으로 초대해 함께 차를 마시는 사교 모임으로 발전했습니다. 이것이 바로 애프터눈 티 문화의 시작입니다. 즉, 애프터눈 티의 본질은 화려한 과시나 엄격한 격식이 아니라 점심과 저녁 사이의 허전함을 채우고 소중한 사람들과 담소를 나누는 '따뜻한 휴식과 소통의 시간'에 있습니다. 이 사실만 기억해도 애프터눈 티를 훨씬 편안한 마음으로 마주할 수 있습니다.

 

3단 트레이 먹는 법: 제대로 알고 먹으면 더 맛있다

보기만 해도 압도되는 3단 트레이에는 사실 합리적인 순서와 규칙이 숨어있습니다. 그 원리를 알면 더 맛있고 즐겁게 즐길 수 있습니다. 3단 트레이 먹는 법 기본 원칙은 '짠맛에서 단맛으로, 가벼운 것에서 무거운 것으로'입니다. 따라서 트레이의 맨 아래층부터 위층으로 올라가며 먹는 것이 정석입니다.

  • 1층 (맨 아래층): 세이버리 (Savouries)
    식사의 시작을 알리는 짭짤한 음식들입니다. 오이, 계란 샐러드, 훈제 연어 등으로 만든 작은 크기의 '핑거 샌드위치'가 기본이며, 최근에는 미니 키슈나 타르트 등 따뜻한 요리가 추가되기도 합니다. 입맛을 돋우는 역할을 합니다.
  • 2층 (중간층): 스콘 (Scones)
    애프터눈 티의 '심장'이자 주인공입니다. 보통 따뜻하게 데워진 플레인 스콘과 건포도 스콘이 함께 제공됩니다. 스콘은 나이프가 아닌 손으로 반을 가른 뒤, 딸기잼과 클로티드 크림(버터와 생크림의 중간 질감)을 곁들여 먹습니다. 여기서 영국의 오랜 논쟁거리인 '잼을 먼저 바르냐, 크림을 먼저 바르냐'는 취향의 문제이니 자유롭게 즐기시면 됩니다.
  • 3층 (맨 위층): 스위츠 (Sweets)
    식사를 달콤하게 마무리하는 디저트들입니다. 계절 과일을 이용한 타르트, 미니 케이크, 마카롱, 초콜릿 등 화려하고 다채로운 디저트들이 준비됩니다. 가장 맛있는 디저트는 마지막을 위해 아껴두는 즐거움을 누려보세요.

 

이것만 알면 끝! 부담 없는 애프터눈 티 에티켓

복잡하고 어려운 격식에 대한 두려움이 애프터눈 티를 망설이게 하는 가장 큰 이유입니다. 하지만 현대의 애프터눈 티는 과거처럼 엄격하지 않으며, 몇 가지 에티켓만 기억하면 충분히 우아하게 즐길 수 있습니다. 이것만 기억하세요.

  • 차를 저을 때: 숟가락으로 찻잔을 '땡땡' 치는 소리는 금물입니다. 둥글게 원을 그리며 젓는 대신, 숟가락을 12시와 6시 방향으로 부드럽게 두세 번 왔다 갔다 저어주면 소리 없이 조용히 섞을 수 있습니다. 사용한 숟가락은 컵 안에 두지 말고 받침(소서)의 위쪽에 올려둡니다.
  • 스콘을 먹을 때: 스콘은 포크와 나이프로 자르는 음식이 아닙니다. 손으로 자연스럽게 반을 쪼갠 뒤, 각각의 면에 잼과 크림을 발라 한 입 크기로 먹는 것이 정석입니다.
  • 복장(드레스 코드): 과거에는 드레스와 모자, 장갑까지 착용했지만 이제는 그럴 필요가 전혀 없습니다. 대부분의 호텔에서는 '스마트 캐주얼'을 권장합니다. 찢어진 청바지나 슬리퍼, 운동복 차림만 피한다면 평소 외출할 때 입는 단정하고 깔끔한 복장이면 충분합니다.

 

전통을 넘어선 최신 트렌드

애프터눈 티는 박물관에 갇힌 고루한 전통이 아니라 지금도 끊임없이 진화하며 새로운 최신 트렌드를 만들어내는 살아있는 문화입니다. 최근에는 전통적인 틀을 벗어난 개성 넘치는 애프터눈 티를 쉽게 만날 수 있습니다. 세계적인 주얼리 브랜드나 패션 브랜드와 협업하여 예술적인 디저트를 선보이는 '브랜드 콜라보 애프터눈 티', 특정 영화나 동화를 주제로 한 '테마 애프터눈 티'는 먹는 재미와 보는 재미를 동시에 선사합니다. 또한 채식주의자를 위한 '비건 애프터눈 티', 건강을 생각하는 '글루텐프리'나 '저설탕' 옵션도 늘어나는 추세입니다. 꼭 호텔이 아니더라도 집에서 좋아하는 차와 함께 간단한 샌드위치와 스콘을 준비해 나만의 '홈 애프터눈 티'를 즐기는 것도 이 문화를 온전히 내 것으로 만드는 멋진 방법입니다. 중요한 것은 장소나 격식이 아니라 분주한 오후에 잠시 멈춰 나에게 온전한 휴식을 선물하는 그 시간 자체에 있습니다.